시국선언문 POLITICS & ROH

[서울대학교 학생회]

―다시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던지는 것은 모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었다. 선배 열사들이 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현 시국에 즈음하여, 우리는 민주주의의 적들에게 엄중히 경고함으로써 선배 열사들의 정신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다. 이러한 원리는 선거에서의 투표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광장에서의 토론을 통하여, 거리에서의 외침을 통하여 실현된다. 이를 통하여 국민은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자명한 권리를 행사한다. 정부의 어떠한 권위와 권력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 정부의 모든 권위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정부는 어떠한가.



이명박 정권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부정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불온 도서’ 목록을 작성하였고,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였으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자들을 박해하였다. 지난해 6월에는 촛불을 든 국민들을 방패와 군홧발로 찍어 눌렀고, 올해 5월에는 최소한의 생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가두었으며,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추모 행렬까지 위압하고 모독하였다. 집회는 신고의 대상이 아니라 허가의 대상이 되었고, 광장은 정권의 편의에 따라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부정하였다. ‘보수’를 참칭한 폭력 단체들의 온갖 불법 행위는 묵인되거나 조장되고 있는 반면, 현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 사회 단체들의 행동은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다. 현 정권의 부패에 대한 수사는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거나 아예 진행되지 않고 있는 반면, 전 정권의 비리에 대한 수사는 치밀하고도 모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러한 폭거에 대한 선명한 증거이다.



이에 더하여 이명박 정권은 사법부와 언론, 교육 기관이 정권에 대하여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부정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통하여 방송사와 교육 기관을 장악하고자 시도하였고, 비판적인 언론에 압력을 가하였으며, ‘미디어 관련 법안’들의 입법을 추진함으로써 대자본이 언론을 독점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교육 기관의 자율성을 주장한 황지우 총장은 자리에서 끌어 내린 반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한 신영철 대법관은 비호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파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생존의 한계에 몰린 노동자·철거민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그들의 입을 막음으로써,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고소득층에 대한 특혜를 확대함으로써, 국민들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최소한의 생계를 요구하는 용산 철거민들의, 택배 노동자들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규는 그들을 삼키는 불길로, 박종태 열사의 주검으로, 대규모의 정리 해고로 되돌아왔다. 이들의 피 섞인 울음에 대한 정권의 대답은 최저 임금의 삭감과 7월로 예상되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 이른바 ‘뉴타운’의 건설과 종합 부동산세의 폐지였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남북관계에서도 시대역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 동아시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 강경한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경색시켰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정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들은 안보라는 명목 아래 탄압당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은 모든 면에서 국민을 배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역에 맞서는 것은 국가의 주인된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몸 바친 선배 열사들에 대한 의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명박 정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민주주의의 총체적 위기를 야기하는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라! 이명박 정권은 지난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하나, 집회·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공안탄압을 중단하라! 이명박 정권은 촛불집회 폭력진압 책임자를 처벌하고 집회에 대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은 탄핵되고 처벌받아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도서에 대한 검열, 온라인 게시판에 대한 감시, 언론에 대한 통제를 중단해야 한다.



하나.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제 악법의 입안을 철회하라! 이명박 정권은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철회해야 하며 ‘사이버 모욕죄’, ‘마스크 착용 처벌법’의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



하나,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서민에게 전가하는, 친기업· 반노동적인 정책을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대량의 정리해고, 임금삭감을 중단하고 비정규직, 청년실업의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



하나,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 유가족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라! 이명박 정권은 용산철거민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적절한 보상 없이 철거민을 거리로 내모는 재개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하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대북 정책을 수정하라! 이명박 정권은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들어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의 긴장을 이용해 민주주의적 요구들을 묵살하는 공안정국 형성을 중단해야 한다.



이상의 요구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1960년 4월, 1987년 6월을 기억하라. 비판의 지성은 나약함을 거부한다. 이명박 정권이 이 땅의 시계를 되돌릴 때, 우리 또한 부득이 선배들이 못다 이룬 과업을 완성하기 위하여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행동은 더욱 철저하고 가차 없는 것이 될 것이다.



2009년 6월 10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 법과대학 학생회, 사범대학 학생회,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약학대학 학생회, 인문대학 학생회, 자유전공학부 학생회,



생활과학대학 학생대표자 및 선언자 일동



[이화여대 교수]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한다.

 

이명박 정권의 집권 이후 계속된 억압적 통치는 대다수 국민의 우려와 저항을 불러일으켜 왔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인한 국민의 비통과 분노는 이러한 상황의 누적으로 인한 것이다. 그의 죽음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역사가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우려하게 만드는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다수 서민이 아니라 소수 재벌과 부유층, 권력층만을 위한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쳐왔고,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에 반하는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화합의 정치를 펼치려는 자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을 장악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그 이후의 과정까지 모두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부의 정책과 권력행사 방식이 사회적 합리성과 절차적 정의에 합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껏 많은 대가를 치루고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려 노력해왔으나,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듯 시대착오적인 공안정국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현 정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무차별 수사, 각종 집회의 원천봉쇄, 인터넷 글쓰기의 제한 등은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민주적 조치들이다. 공권력을 무리하게 투입한 결과 용산참사가 빚어졌지만 오히려 희생자들을 가해자로 내몰며 폭력진압의 사실을 호도하고 수사기록마저 은폐하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극심한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언론의 공익성을 훼손하는 것이 명백한데도 선진화와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소수 언론재벌의 언론시장 독점을 목적으로 한 미디어방송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또한 특권층을 위한 교육정책을 강제하는 가운데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부당한 방식으로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검찰과 사법부 역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비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표적수사로 의심받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방식에서부터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함부로 언론에 공표한 것은 참여정부에 대한 정치적인 보복에 검찰이 함께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의심에 대한 공감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추모의 행렬에서 잘 드러난다.

 

또한 우리는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경쟁논리를 앞세워 국민 다수를 비정규직화하는 파견근로제의 확대와 같은 노동정책이 과연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 다수를 위한 것인지 묻고자 한다. 경제제일주의와 독선적 정책 추진은 정권의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온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이에 우리는 이 땅의 민주주의의 퇴행과 경직된 권위주의 사회의 도래를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소통과 화합의 큰 정치를 시행하라.

1.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사과하라.

1.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여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1.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미디어 법안을 철회하라.

1.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와 대화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

 

2009. 6. 9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일동

 

강진옥, 강철구, 강태경, 김관묵, 김성현, 김성훈, 김영미, 김우식, 김찬주, 김혜숙, 나현, 남신우, 도재형, 마재신, 박경미, 박성수, 박찬길, 백지연, 서정원, 송영빈, 신하윤, 안창림, 양인상, 양종만, 오종근, 원용진, 유창수, 이규성, 이상화, 이승욱, 이승준, 이영민, 이인표, 이재돈, 이주희, 이준서, 이진, 장준, 장필화, 정문종, 정병욱, 정병준, 정하연, 천혜정, 최미경, 최성만, 최원자, 최재남, 최혜원, 한민주, 한자경, 홍백의(이상 5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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